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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속 주저리 주저리

[일상] 늦은 눈구경하고 어머니 시중들고 집 정리하다.

by Esther♡ 2024.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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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말의 어느날 오래간만에 밭에 남겨둔 호박도 정리할 겸 바깥공기 마시면서 밥도 먹을 겸 밭으로 향했다.

하필 이맘 때 쯤에 울산 외곽으로 눈이 왔어서 가지산과 신불산에 눈이 가득 쌓여있어서 그동안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던 눈을 보게 되었다.

 

작년에도 이 맘 때 쯤에 아버지와 함께 가서 눈쌓인 산을 봤더랬는데…!

아부지…! ㅜㅜ

 

 

그렇게 밭에 가서 일도 하고 맛있는 고기도 먹고 돌아온 집에는 동생이 한번씩 엄마 드실 과일이며 생선이며 떡이며 간혹 같이 먹으라며 국같은 것도 가져다 주기도 하는데 그래도 엄마께서 매번 세끼 찬으로, 밥으로 드실 것들이 아쉽지만 부실하지만은 않게 식자재들을 사왔다.

 

나 혼자면 있는대로 대충 먹어도 상관없는데 어머니는 말 그대로 노약자이시고 병자이시고 입짧은 왕비님이셔서 뭐라도 많이 잘 드시도록 할 거면  평소 잘 드시던 분야로 준비하는 것도 준비하고 다른 것도 영양가있게 챙겨드셔야기에 이것저것 시도해보고 노력하고 있다.

 

어머니께서 간혹 요즘 뭐가 잘 나온다더라, 뭐가 먹고 싶다 같이 말하실 때가 있어서 그걸 사와서 해드리는데 지난주에는 오징어가 드시고 싶으신지 러시아에서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더라셔서 다음날 어머니 약 타러 가면서 옆에 있는 좀 큰 하나로 마트에 들려 가급적이면 크기의 차이랑 몇천원의 차이가 있지만 생물인 걸 드리고 싶은 마음에 냉동 오징어말고 생물인 한치를 사들고 와서 전 부쳐 먹고 데쳐 먹고 했었다.

 

이번엔 낙지 이야기하시니 앵간해서 그런 이야기 없으셨던 분이라 역시 이번에도 낙지 살 겸 동네 하나로 마트를 포함한 마트들을 일부러 나갔다.

평소 식사의 양이 평균적으로 일반 사람들의 밥량에 반 정도 드시고 컨디션에 따라 그 선에서 위 아래로 변동이 있을 정도니 그냥 하시는 말에도 흘려 들을 수 없는 거다.

 

어쩌다보니 오래간만에 장보러 마트에 가서는 장바구니 캐리어를 가득 채웠다.

 

 

울 어머니… 이미 낙지 다듬어서 재료들 볶을 수 있도록 거의 다 준비 되었는데 동생이 해온 키조개 관자를 넣은 미역국을 먹음 되었지 부자처럼 여러가지 할 필요가 뭐가 있냐고 하신다.

이미 준비가 돠어 있다고 해도 아버지가시고는 충격에 의해 청력이 약해지셔서인지 미역국을 해달라시는 건지, 낙지를 볶으라는 건지 헷갈리게 답하셔서 결국 두 가지 다 했는데 굳이 낙지도 볶았냐고 하신다.^^:;

며칠 뒤에 내 생일이라서 미역국을 해야하는데 좀만 기다리시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덜 맵게 했다지만 매운 메뉴가 있어서 그냥 엄마 원하시는 담백하고 순한 미역국을 같이 데워서 같이 상에 내었다.

낙지볶음이랑 미역국있어서 다른 찬들은 여러개 안꺼냈지만, 어머니께서 미역국과 낙지볶음으로도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유품들 중에 남겨둘 것들은 제외하고 마지막 정리하기 위해 서재방이자 창고방이었던 문간방에 갔다가 옥수수 까서 건조기에 말려뒀던 것들인데 일반 옥수수도 섞어두신 것이 슬슬 상해가는 것 같아 더이상 둘 이유가 있나 싶어서 당근마켓에 닭이나 소 사료로 썼으면 좋겠다고 나눔으로 올려두니 물밀듯이 밀려들어온다.

 

그래서 한분은 저 병에 들어있는 것들을, 다른 한분은 상자에 있는 것을 나눔했다.

그러니 있던 자리가 허전할 만큼 비워졌다.

 

 

그러다가 뒤늦게 발견된 옥수수 2통이 나왔다.

다음날 나눔하기 위해 당근에 올리도록 해야지. ^^

그리고 아버지 생전에 쓰기 위해 사셨던 식품 건조기를 제외하고는 슬슬 홍삼만들기 위해 사셨던 것은 내솥과 함께 적절하다 싶은 가격으로 올려서 처리하도록 해야겠다.

 

아버지의 옷들을 다 태우거나 다 버릴 수 없을 만큼 정장들 중엔 일상에서 자주 입는 옷들은 중저가로 깔끔하게 해서 입으셨지만 남들의 눈이 모일 수 있는 자리나 행사에 가야할 경우에 입을 요량으로 아버지께서 접근성이 가능한 브랜드 중에 구입할 수 있었던 괜찮은 브랜드의 옷들이 많았고 옷감이 무게가 있고 구식 디자인이지만 멀쩡하였기에 그냥 버리기만 하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렇다고 워낙 디자인이 구식이고 옷감의 무게가 있었다보니 1 VS 1로 제대로 가격받아 팔기는 힘들 거라서 헌옷 수거하는 업체를 알아보다가 어느 블로그를 보고 그 블로그 주인의 소개로 연락해서 물건 매입에 대한 정보들을 수렴하고 20kg이상이 되어야 수거가능하고 최소한 사람이 입을 수 있을 정도의 옷, 속옷, 신발, 가방, 냄비, 헌책 등을 모두 포함해서 20키로 이상이면 된다고 하여 대략 그정도는 될 것 같아서 수거해가도록 예약했다.

주소를 알려드리고 기다리니 오늘 오후에 전화를 하셔서 내일 오전 중에 와도 되는지 물어보셔서 확정했다. 

 

수거해가도록 예약하고 확정까지 마치고는 바로 그렇게 가져가시 좋겠금 옷을 분류해서 정리하기 시작했다.

아버지께서 무엇을 하던지 진액을 쏟을 정도로 애를 쓰시고 열심히 하시다 보니 속옷을 빨아도 목 주변과 심하면 목에서 어깨 쪽까지 누르팅팅해지고 드레스 셔츠도 반소매인 경우는 목주변과 긴 소매의 끝 단이 흰 색인 것은 금방 누르스름 해져서 아버지의 옷은 항상 소매와 목 주변은 찌든 때나 얼룩을 제거하는 세제를 뿌리고 묻혀서 시간을 두고 불어 나올 수 있게 하여 돌리고 행주와 수건, 면으로 된 속옷은 삶아 빠는 것이 어릴 때부터 습관이 될 정도로 아버지께서 씻으실 때면 당연코 수건은 삶아 빨고 런닝셔츠도 거의 매번 수건이랑 속옷들 삶을 때 같이 삶아 빨을 정도라서 내복은 물론 속옷은 한번이라도 입은 티가 나는 것들은 모두 버리고 상자나 포장을 체 뜯지 않은 것들이나 입으시라고 꺼내놓은 건데도 입은 흔적이 없는 것들을 모두 헌옷 수거하기 좋은 봉지에 죄다 넣었다.

 

정리하면서 이렇게 정리하려고 이렇게 아끼다 가셨나 싶어서 서러웠다.

그렇게 아껴가며 괜찮은 브랜드의 옷을 사셨으면 잘 입으시고 다니시지…! (┬┬﹏┬┬)

이렇게 모시기만 하실거면 뭐하러…!

 

꿈에서 한번이라도 더 보고 거기서 더 좋은 집에서 지내면서 더 좋은 음식을 먹고, 더 좋은 옷을 입으며 잘 지낸다고 옷들을 버려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냥 허락이라는 이유로 아버지를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이 보면 사람 약올리는 것마냥 찔끔 찔끔 치우고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다 다녀가시고 심지어 첫 외손주에게까지 다녀가셨으면서 병원에 실려가기 전까지 항상 투닥투닥거려서 그런건가…! 싶게 나에게는 그렇게 와주시지가 않으신다.

 

정리 다 하고 빈 곳을 보며 이제 더이상 울지 않으리…!

그리워서 울어도 짧게 울고 길게 웃으며 걱정하시지 않을 수 있게 살아가기…!

그래야 가신 분도 걱정되어 돌아보고 속상해하시지 않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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