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가을이 오나봐요.

목요일날 오래간만에 밭으로 향했다.

그동안 부모님만 간간히 가셔서 면접이나 도로연수로 정신없던 전얼마만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10여일만에 간 것 같다.

 

 

대문 옆에 있는 코스모스는 여전히 날 반긴다.

올 봄에 아버지 눈을 피해 꽃양귀비랑 나팔꽃이랑 같이 뿌려놨는데 울타리 안에는 차마 못 뿌리고 입구 근처에 건조하고 거친 곳에 자기들이 살 운명이면 살겠지 싶어서 뿌려놨더니 싹이 안보여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가을이 다되어서 보니 코스모스가 짠~! 있어서 엄청 반가웠는데 아직까지 잘 있다. 

 

 

전날 꽃게를 된장풀어서 끓여먹고 나온 게딱지를 거름으로 줄려고 대문 근처 나무에 뿌려주고 돌아보니 근처에 뭔가 있는 듯해서 살폈다.

 

아직 줄기가 살아있는 수박 줄기에 동글동글한 것이 있어 보니 작은 수박이 달려있다.

 

잠깐…! 지금 10월인데 저래???

미쳤다리~!

너네 지금 10월인 거 알고나 있는 거니?

 

 

얘네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건지 참…!

얘들아 이제 퇴장해야지~!

너희들의 시즌은 이미 끝났어~!

 

 

올해는 어쩌다 보니 남쪽 지방인 것을 치고는 일찍 심은 배추와 무.

곧 뽑아서 김치 담아도 될 정도로 실하게 자랐다.

 

이제 고추대도 정리하고 콩도 정리해야지.

이제 서리도 내리고 날씨도 많이 싸늘해지고 더이상 농사지을 수 있는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

 

 

가을이라 들꽃도 다소 외롭다…!하듯이 고독한 분위기를 뿜뿜하지만, 그 분위기마저 사람이 끄는 것 같다.

 

 

가을은 가을인갑다.

하늘이 높고 청량한 것을 보면….

이제 햅쌀이 나오기 시작한지 좀 되어서 그런지(근데도 좀 저렴해질 법도 한데 쌀값이 안떨어져…!ㅜㅜ) 이제 벼가 베어진 곳들이 곳곳에 있다.

 

 

동네 한의원에서 가져온 한약 찌꺼기 있는대로 나무 근처로 나르고는 아버지께서 캐두신 고구마를 들통에 담아서 차 트렁크에 다 싫어두고 난 뒤에 가을 들판을 찍어보겠다고 대문을 나서서 바라보는데 와…!

지금 풀들이 말랐지만, 저 넘의 풀들을 처리못해서 저 모양이다.ㅜㅜ

 

올해 초는 엄청 추은 겨울이었고 올해 여름은 엄청 더워서 제대로 농사일을 할 수 없었고, 동생네가 한번씩 온다지만 어쩌다가 한번이고 주로 일할 사람이 부모님과 나인데 부모님도 예전같지 않으시고 나도 체력이 예전같지 않고 다쳤던 다리로 조금만 무리하면 그날부터 며칠을 굴러다녀야할 정도로 발이랑 다리가 붓고 아프다 보니 몇천평 되는 땅을 관리하기 힘에 부쳐서 풀을 베고 메가면서 하는 건 진짜 한계에 부딪쳐서 제초제를 뿌려도 하늘이 안도와줘서 애꿎은 타이밍에 비가 와서 효과를 못 보고 그러다 보니 이리저리 왜 농사를 지어야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부가 와서 풀베는 기계로 베도록 할 거라는데 가시덩쿨이 나무를 감아서 못 자라게 할 정도라서 틈틈히 나무만은 못 감고 오르게 다 뜯어서 가능하면 뿌리까지 다 뽑고 주위의 풀들만 좀 정리했는데 아무리 정리를 하고  싶어도 날씨도 날씨고 다른 농작물들도 있고 다른 일들이 있으면서 풀에만 매달려도 하는 것이 한계가 있다보니 뽑는 속도보다 풀이 나서 자라는 속도가 더 빨라서 감당이 안되어 거의 포기하고 방치되는 수준이 저모양이네…!ㅜㅜ

 

 

잠시 한약 찌꺼기 배달하고 풀들을 좀 정리하고 사진 몇장 찍고 오니 바지에 도깨비풀이 야단이다~!

오래간만에 보는 도깨비 풀…!^^

오늘은 왠일인지 다리가 통증이 심하거나 붓거나 기타 조금만 힘든 일해도 앓는데 그렇지 않고 다 해낸 것을 보니 그동안 먹은 한약이 이제서야 좀 약발이 드나보다.

 

목욕으로 혹시나 모를 피로를 풀려고 오래간만에 식사시간동안 우러나라고 약쑥을 들통에 우렸다. 저렇게 오래동안 우려야지 진하지 않그럼 하나 마나라서, ^^;;;

 

이렇게 농사짓는 것도 그만했으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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